이글루 대문에 걸려있는 쿄토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몇자 끄적 끄적.
사실 쿄토 애니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건 사실이기 때문에, 글 쓰면 까일 확률이 높겠지만,
뭐 좋아하는 사람이 옹호글을 쓴다면 싫어하는 사람이 좀 까는 글을 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거의 개인적 견해일 뿐이긴 합니다만...
역사는 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의 쿄토 애니는 여성 중심의 '하청 작화 업체' 였습니다. 무시프로덕션 붕괴 후, 80년대 초기엔 카도카와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기획파트'에서 만들어진 기획의 작화를 해결하는 '하청' 시스템이 자리 잡을 무렵이었죠. 이 때 당시의 쿄토는 정식 하청 일을 할 정도의 규모도 아니고, 잔업을 처리하는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86년에 직원 라인을 좀 늘리고 본격 하청업체로 발돋움을 한 이래로 타츠노코 프로덕션의 하청을 받아왔으며, 이후 선라이즈나 신에이, 삐에로 등의 하청을 주기적으로 해왔다고 합니다. from wikipedia & 기타 등등의 정보 종합
뭐 자세한 역사는 다른 분들이 많이들 다루시니 따로 다루진 않겠습니다.
역사에서 드러나듯 원래 쿄토 애니메이션(이하 쿄애니)은 하청을 하던 회사였습니다.
현재도 이 작품 저 작품의 하청 업을 겸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특성 때문인지, 사실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을 시도한 역사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장르 편중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기도 합니다.
제가 까려고 마음 먹은 분야는 이 두 부분입니다.
1.
쿄애니의 본격적인 자사 이름을 알린 첫 작품은 아시다시피 '
풀메탈패닉 후못후' 입니다.
Key 사의 게임 애니화를 제외한 작품들 목록을 보면 상당히 의미심장한 것을 깨달을 수 있죠.
풀메탈패닉 후못후
풀메탈패닉 The Second Raid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러키스타
케이온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미 눈치 채신 분도 많겠지만, 전부 카도카와쇼텐(각천서점)의 저작물들입니다.
뉴타입으로 유명한 카도카와 쇼텐이지요. 과거에 FSS나, 환마대전, 요수도시 등등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이 회사의 독특한 점은 사실상 자사 스튜디오가 없는 회사입니다.
이건 애니 사업 뛰어든 시절에 린타로와 손잡고 스튜디오 아르고? 였던가에서
기획을 만든 후 하청업체에 분산 제작을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왔기 때문인데,
애니메이션 사업이 상당히 '타겟지향형'으로 변경되면서 각천서점은 영세업체였던
쿄애니와 손잡고 자사의 전략적 사업을 해나갑니다.
카도카와의 거대 자본을 얻는 대신 쿄애니는 그들의 작품을 밀어주는 것이죠.
럭키스타 원작이 그렇게 메이저한 작품도 아니고, 이번 케이온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쿄애니는 이 작품들을 '타겟'인 오타쿠에게 먹힐 코드로 도배를 해서 만들어냈고,
원하던 타겟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으면서 성공을 일궈냈습니다.
전략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 탓이랄까, 한계도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라이트 노블이나 코믹물 원작 중심의 애니화는 사실상 쿄애니의 작품 세계를 크게
한정지어 버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유일한 오리지널 작품 문토(하늘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에 비치는 세계)를 보면
아니, 키 작품을 다루는 것만 봐도 원래 쿄애니가 그렇게 개그나 라이트 중심의 업체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런 것이 팔린다'는 현 세태에서 스폰서에 해당하는
카도카와쇼텐이 원하는 걸 만들어서야 당연히 그런 장르 외에는 만들 수 없게 되겠죠.
이 문제는 아마 왠만한 노력으로는 벗어나기 힘들거라고 생각합니다.
2.
오리지널의 부재에 대해서는 앞서의 문제와도 얽혀 있겠지만, 원래 하청 중심의 업체이고
사실상 현재도 카도카와 쪽의 작품을 애니화 하는 것에 중심이 쏠려있다보니 자사의 작품을
만들어 놓은 것이 거의 없습니다.
현재는 앞서도 말했듯 문토(2003) 하나 뿐입니다. 이것을 리메이크한 것이
하늘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동자에 비치는 세계(2009, 헉헉; 왜이리 길어;)이죠.
그나마 이 작품도, 사실 상당히 구성이나 전개가 모호합니다.
이러한 오리지널의 도전 부족은 다른 작품의 연출이나 구성에서도 참신함을 보이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해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반복이 되는 것이죠;;
이 문제는 쿄애니가 만드는 애니 작품이 '철저하게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찍어낼 뿐이라는
문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실상 Key 사 원작의 작품들이 특히나 심각한 수준인데, 에어, 카논, 클라나드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은 사실 게임을 해봤다면 '움직인다'는 것 이외에 특별한 메리트가 없습니다.
제 주위에는 그 이유로 이 계열 애니는 아예 안 보는 분도 있을 정도죠.
사실 이러한 것은 쿄애니 자체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죠. 앞서 말했듯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하청 중심의 업체였고, 그랬기 때문에 주어진 기획 안에서만 움직이는 겁니다.
그 철저한 하청업체적인 활동으로 인해 꽉 짜여진 스케줄 관리로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낸다고
이야기를 하긴 합니다. 맞는 말이죠. 사실 쿄애니만큼 퀄리티 지상주의의 제작사도 드믑니다.
그건 인정하고 들어가야겠죠. 사실 에어나 카논에서는 작품을 살리기 위해서 OVA 급의
작화나, 복잡한 회전 연출을 쓰는 등의 파격미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쿄애니 이야기를 할 때 야마칸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원작과 다른 요소나 그걸 극대화 하는 새로운 연출 등을 도입한 사람이 야마칸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새어나오기 때문이죠.
실제로 야마칸 나간 이후로 쿄애니는 새로운 연출 법이나 각색 등의 비중은 더 줄어들고
세세한 소도구나 캐릭터성에 집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마칸의 감독적 능력은 차지하고서라도 기획이나 연출 능력은 인정해줘야죠)
이 분야에 대해서는 사실 선라이즈를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죠.
건담을 우려먹는다느니, 코드기어스는 낚시 애니라느니 말이 많지만, 엄연히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코드기어스가 낚시라고 욕하더라도 원작이 다 준비되어있는 Key사의 게임을 애니화하는
쿄애니와 동급으로 평가 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당한 평가라고 할 수 없겠죠.
쿄애니가 퀄리티가 어쩌고 해도 결국 선라이즈와 같은 급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작품을 만들어서 선보인 이후에나 가능해질 수 있는 일일 겁니다.
(그런 의미로 전 쿄애니보다 곤조를 아직도 높이 치고 있습니다; 대부분 납득 못하겠지만;)
3.
좀 심각하게 말해서 럭키스타, 케이온 등의 문제는 귀여운 여자애들을 잔뜩 등장시켜서
그녀들의 귀여움을 강조해서 타겟층에게 어필하는 작품들입니다.
두 작품 다 그렇지만 여고생들이 나와서 여고생들의 생활 속의 일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아즈망가 이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그냥 일상만 그리는 작품이죠;;
사실 이런 작품은 좀 쿄토 애니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인기는 유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 쿄애니 특유의 퀄리티가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하는 건 사실이겠지만 말입니다.
대표적으로 튀는게 케이온인데, 이 작품은 원 작품이 좀 늘어지는 분위기에 비해서
중간 중간이 비는 시간 텀이 많은, 좀 애니화 하기엔 짧고 그릴게 없는 작품이죠.
그래서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좀 많이 들어가 있는 편인데, 그 추가 시나리오에서
주인공 유이를 제치고 미오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변해버린데다가,
거의 미오의 귀여움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되어있는 것이 참 난감합니다.
쿄애니가 뭘 타겟으로 하고, 무엇을 만들려고 하는지 여실히 드러나죠.
하지만 이런 여분에서조차 원래의 틀에서 벗어나는 걸 해보지 않는 건, 분명 문제입니다.
팬층은 그러한 요소를 좋아하겠지만, 그 팬층이 좋아할 요소만 있고,
새로운 요소가 없는 작품이 되어서야 결국 그 한계 밖으로 나설 수 없음을 의미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업체라면 역시 단연 매드하우스 입니다.
린타로의 영향을 아직도 깊이 받은 매드하우스는 원작물을 만들어도 원작 그대로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타겟층이 분명한 쵸비츠, 카드캡터 사쿠라 같은 것을 보면 확고하죠.
라이드백이나 클레이모어처럼 불만족스러운 작품도 있습니다만 말이죠.
원작과 똑같은 것을 만들기만 해서, 혹은 팔릴만한 특정 요소를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것을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전개는 제공해줍니다.
게다가 매드하우스는 쿄애니와 달리 정말 다양한 영역을 도전하는 업체죠.
뭐 사실 까놓고 말해서 일본 애니계 전체에서 매드하우스와 어께를 나란히 할만한 회사가
몇 없다시피 하니까 완전 동급으로 비교하긴 분명 애매하긴 합니다만서도요;
쿄애니의 퀄리티 지상주의를 비난할 의도는 아니긴 합니다만
(저도 퀄리티 좋은 애니를 보는 건 좋아하니까요)
애니메이션의 그림 한장 한장이 일러스트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아무리 원작물이라고는 하더라도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에 걸맞는
오리지널리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되려 애니메이션에서 그림 한 두장이 이상하다고
작붕이니 어쩌니 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죠. -_-
전 지금도 마크로스 프론티어를 보면서 작붕이 어쩌고 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가 궁금합니다;
뭔가 길게 썼지만, 사실 내용은 별 거 없습니다.
쿄애니는 한계가 명확한 회사임에도 몇가지 특성으로 인해서 매니아층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쿄애니가 지금의 매니악한 위치에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오리지널도 만들고, 새로운 시도도 좀 많이 해봐야 할 겁니다.
아무튼 쿄애니도 좀 더 좋은 작품 많이 선보여서 성공하길 기대해봅니다.